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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민영미디어렙 ‘뜨거운 감자’
정현영 기자
지난 10월 10일 3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 발표됐다. 그 내용에는 방송광고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민영미디어렙 도입 문제가 포함돼 있다. 그동안 독점적인 방송광고대행을 해왔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이하 코바코)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 시기는 확정 않은 채 구체적인 방안을 2009년 말까지 마련하겠다는 일정만 밝히고 있으며, 앞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지난 10월 6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순탄치 못한 길을 걷고 있다. 가장 치열한 여야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감장.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민영미디어렙도입과 한국언론재단의 YTN사태 등의 민감한 사안이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여야 간의 치열한 논쟁만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언론노조회원들의 피켓시위로 지난 16일에는 파행을 겪었다.
사실상 이는 예고된 파장이나 마찬가지다.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시장을 ‘다공영 1민영’체제에서 ‘1공영 다민영’으로 바꾸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이는 민영미디어렙이 공영방송민영화 등을 위한 방송구조개편 논의의 핵심임을 의미하고 있다. 게다가 10일 발표된 3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서도 2009년 이후 코바코 외에 민영미디어렙을 두어 방송광고판매 대행을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이해당사자간의 알력이 심화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인 민영미디어렙 설립은 그동안 코바코를 거쳐 배분되던 방송광고가 시장경쟁 체제로 전환돼 방송사별로 광고를 수주하는 체제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방송광고 시장 뿐 아니라 전체 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특히, 종교방송, 지역방송 등 취약매체의 경우는 코바코의 연계판매 중단으로 인해 광고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 극심한 반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현행 코바코 체제가 시장 자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촉진 및 시장개방 대응 등 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적절하게 대응치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광고업계에서는 민영미디어렙 도입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이슈로 새삼 새로울 것이 없다. 80년대 말부터 거론되었다가 93년 김영삼 정부 초기에 적극 검토되었으나 곧 논의가 사라졌고, 김대중 정부 초기 98~99년 외국광고회사 및 외국 광고주들의 요구를 시발점으로 규제개혁위원회가 이를 검토하기시작하면서부터 가시화돼 2000년도에 방송법 개정에 따라 개편될 것처럼 여겨졌으나 같은 해 12월 문화관광부의 유보 조치로 현재까지 단일 판매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2000년도의 방송법 개정의 핵심은 방송광고 판매대행에 대한 ‘독점철폐’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였다.
그 중심에 민영미디어렙 도입이 있었고,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당시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광고학계, 광고업계는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방송광고 유통과정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객관적 조사는 물론 관련 세미나도 수없이 열렸었다. 문제는 민영미디어렙 도입으로 파생될 결과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에 있다. 이해당사자간의 알력으로 언제 민영미디어렙이란 단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그머니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부정적인 부분이 더 과장되게 드러났지만 민영미디어렙 설립 후 광고주 확보를 위한 경쟁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방송광고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광고대행사들이 지닌 매체플래닝 기능이 별도로 분리돼 전문화될 수도 있다. 국가기관에 의한 사전심의가 위헌으로 판결나고 광고업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광고주 혹은 광고대행사(제작사)는 오히려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도 예측 밖이었던 것을 생각해보자.
최근 한국방송학회, 방송균형발전연대, 언론연대 공동 주최로 열린 ‘지역방송정책대토론회’에서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이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KBS, MBC, SBS 등 3사 위주의 방송광고 독과점 구조가 심화되고, 1년 안에 지역 방송 광고의 35%가 감소하고 2∼3년 지나면 95%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지만, 한 이동통신업계의 관계자는 “민영미디어렙이 생긴다고 해서 기존 방송광고물량을 줄인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저비용 고효율의 매체로 물량이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민영미디어렙 도입에 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분명한 것은 민영미디어렙 도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 온 국가가 운영하는 미디어렙으로 방송이 정치권에 구속돼 있거나 독점체제에 따른 광고끼워팔기 등의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하는가다. 매번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민영미디어렙 제도, 도입한다 안한다의 문제를 넘어 이젠 정책적인 제언 및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광고업계의 지속적인 검토와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닐 수 없다.